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운영자님께서 작성하신 글입니다. :이시형박사 컬럼소개 (2002.6.13일자 동아일보) : : “이 박사, 당신까지?” 터키 응원 셔츠를 입은 나를 보고 기가 차서인지 말을 잇지 못했다. “정말 못 말릴 사람들이라니까!” 연방 고개를 내젓는다. : : 홍콩의 챙 박사는 정신과 의사에 사진작가, 거기에다 축구광이다. 중국전에 그가 빠질 수 없다. 얼마나 소리를 질러댔는지 벌써 목이 쉬었다. : : 그는 혼자서 월드컵이 열리는 일본 한국의 스타디움을 다 둘러보고 오는 길이다. 도저히 믿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. “지난해 초만 해도 일본은 축구장 설비까지 완벽하게 갖추고 기다리고 있었는데 한국은 기초공사마저 안 끝난 곳도 있지 않았던가. 그러더니 어떻게 이 멋진 경기장을? 마치 무슨 요술이나 한 것 같지 않소? 그 괴력의 원천이 뭐란 말이오?” 그는 아주 시비조로 대들었다. 난 그냥 듣고만 있었다. : : ▼쓰러질듯 일어서는 국민근성▼ : : “축구실력은 또 어땠어요? 바로 지난 봄까지도 동네축구니 어쩌니 하지 않았던가요? 그 사이 뭘 어떻게 했기에 세계 강국들을 격파하는 이변을 만들어 낼 수 있단 말이오? 이 박사, 그날 광화문에 가봤소? 그 광적인 열기, 그리고 소름이 끼칠 정도의 질서 정연함. 휴지 한 장 없는 뒷마당. 당신네들이 세계를 놀라게 했소. 붐이 안 일어 개최국 체면이 어쩌고 하면서 엄살을 떨더니 온 나라가 마치 화산이 폭발하듯 붉은 물결로 들끓고 있지 않소. 이 폭발력! 한국이 어떤 난관, 어떤 위기에도 겁을 먹지 않는 이유를 알 것 같소. 한국에만 오면 나까지 덩달아 힘이 나는걸요.” : : 길게 이야기할 시간이 없었다. 인천에서 열리는 터키전 응원을 가느라 우린 아쉬운 작별을 했다. : : 인천행 전철이 벌써 붐비기 시작했다. 터키 응원 셔츠를 입은 사람도 눈에 많이 띈다. 한국전도 아닌데 운동장엔 열기가 감돌기 시작한다. 시작 휘슬이 울리자 뜨거운 응원전. 그 응원 열기에 나보다 본국에서 온 응원단이 더 놀랐다. 유니폼까지 갖춰 입고 일사 불란하게 응원전을 펼치는 한국 서포터들의 함성에 오히려 기가 죽은 듯했다. : : 터키에서 온내 옆자리의 교사 부부는 “내 평생 잊을 수 없는 감동이다. 남의 나라 일에 어떻게 이럴 수가? 월드컵 역사를 새로 쓰게 한 한국의 인정에 감탄했다.” : : 부부는 눈물을 글썽거렸다. 외신기자들과 인터뷰할 기회가 가끔 있다. : : “이상한 나라, 한국.” 이게 그들이 잘 쓰는 표현이다. 금방이라도 나라가 끝장이나 날 듯이 아슬아슬, 하지만 마지막 순간에 반전, 오뚝이처럼 다시 일어난다. 수많은 시위가 그러했고 노사 대립도 그러했다. 격렬, 과격, 파괴, 방화, 시위 구호도 으스스하다. 결사항쟁, 결사 쟁취다. : : 한치의 양보나 타협도 없다. 끝까지 간다. 그야말로 사생결단이다. 이름 그대로 전쟁이다. 합리적 설득 이외의 다른 방법을 모르는 외신기자들로선 이 역시 이상한 일이다. 더욱 이상한 건 그러다 막판에 ‘극적 타결’로 고비를 넘긴다. : : 잘 나가던 경제가 하루아침에 거덜나더니, 그러고는 아이들 돌반지까지 동원해 기적적으로 위기를 타파하더니, 다시 소비열풍으로 나라가 들먹거린다. : : 세계 누구도 못 따를 정보기술(IT) 산업, 휴대전화, 인터넷의 폭발, 그리고 테헤란로에는 ‘겁없는 아이들’의 벤처 열풍이 불고 있다. 할리우드를 놀라게 한 영화, 아시아를 휩쓰는 한류(韓流), 아파트 열풍까지 한국의 폭발적인 힘은 세계를 놀라게 하고 있다. : : 하면 한다는 한국 사람. ‘한국이 달라졌다’는 일본 저널리스트의 시각이 결코 과장이 아니다. : : 한일 공동 개최가 결정되자 솔직히 우린 은근히 두려웠다. 잠시 지나는 관광객들에게 두 나라는 비교가 안되기 때문이다. 하지만 막상 시작하고 보니 오히려 일본을 압도한다는 게 외신기자들의 평가다. 올림픽으로 놀라게 하더니 또 한번의 기적을 연출해냈다. 그 소낙비 속에서도 한치의 흔들림없는 광화문의 붉은 물결, 그 폭발력 앞에 차라리 전율을 느꼈다는 것이다. : : ▼정치만 좋아지면 일등국가▼ : : 그렇다. 세계를 놀라게 한 우리의 폭발력, 이것이 하루아침에 한국을 달라 보이게 기적을 연출해낸 힘이다. 문제는 이게 언제나 올바른 방향으로 폭발해야 한다는 점이다. : : 그러기 위해선 미우나 고우나 정치인의 지도력이 올바로 발휘되어야 한다. 월드컵 열풍에 풀뿌리 민주주의가 외면당하고 있다. 오늘은 냉철한 이성으로 투표장에 가야 한다. 이제 우린 모든 걸 갖추었다. 정치만 조금 좋아지면 우린 정말이지 세계 일등 국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. : : 동아일보컬럼 2002.6.13 : 이시형 사회정신건강연구소장 :